저번 뉴스레터에서 마지막으로 실은 파타고니아 광고, 기억하시나요? “화성은 됐고”라는 카피로 시작하는 옥외광고요. 그 광고에 대한 좋은 피드백이 참 많았어요. 게다가 요즘 날이 좋아 주말마다 서울에서 교외로 빠져나가는 교통체증이 상당하더라구요. 다들 캠핑을 하거나 등산을 하러 가는 거겠죠? 마침 때도 좋아 이번 레터는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의 광고를 찾아보았습니다.
Patagonia파타고니아 - What's next?
전 레터에서 보여드린 “화성은 됐고” 광고는 파타고니아 50주년 캠페인 “What’s next”의 일부랍니다. 올해 50주년이 된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이 이윤보다 지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회사의 다음 방향성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제시하는 내용의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다음 방향성은 영상만 봐도 알겠지만 바로 지구의 환경이겠죠? 더 구체적으로는 네 가지인데요. 환경을 되살리는 것, 단순하게 사는 것, 인간의 힘만으로 자연을 즐기는 것, 자연 속에서 내 몸을 움직여 얻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지구를 위한 실천 방안을 심플하게 네 가지로 줄인 것 같아 놀라워요. 그뿐만 아니라 저는 영상의 면면들이 아주 구체적이고 광고 카피로는 볼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기업이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도 말하는 광고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캠페인 사이트, 구경가보세요 : https://www.patagonia.co.kr/50/main)
Columbia컬럼비아 - Be the goat염소가 되라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에서 새 등산화 패시트 75를 출시했습니다. 특징은 접지력이 뛰어나 민첩성과 견인력, 투습성이 뛰어나다는 것인데요. 이 점을 컬럼비아는 “Be the goat” 즉 염소가 되라고 표현합니다. 염소가 등산을 매우 잘하는 동물인 걸 아시나요? 염소는 절벽이라도 손톱만 한 틈새만 있다면 들판처럼 질주해 오르는 동물로 유명하잖아요. 염소는 등산화의 기능을 표현할 때 정말 최적의 동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새 유행하는 밈인 GOAT(Greatest of All Time) 라는 표현도 떠올랐어요. 보통 스포츠 선수들에게 최고의 순간이라고 팬들이 칭송하는 표현인데요. 아마도 이 표현의 뉘앙스를 정확히 노린거겠죠?
Northface노스페이스 - Have you ever 해본적이 있나요?
코로나로 아웃도어 업계가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저는 MZ세대의 등산 붐이 단순히 “팬데믹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헬스장이 문을 닫아 찾은 새로운 대안”으로 간단하게 말 할 수 있는 사태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한국이 점점 결과보다 과정 중심적인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을 반증하는 문화가 바로 다들 등산에 빠졌다는 점으로 보여요. 등산은 거대한 산의 세밀한 면모를 꼼꼼히 즐기고 구경할 수 있는 스포츠잖아요. 또 긴 코스를 안전하게 오르기 위해 이런 저런 준비와 계획을 세우기도 하죠. 노스페이스의 have you ever 캠페인은 이런 각자의 내밀한 아웃도어 경험을 일깨웁니다. 늦잠 대신 일출을 선택한 경험, 바람 속에서 자켓을 걸쳐보고, 자연에서 넘어져보고, 얼마나 더 남았냐고 물어보는 경험들이요. have you ever 캠페인은 여성 산악 아카데미를 함께 열어 알파인 로프 수업을 열고, 무료 트레일 러닝 수업 이벤트와 함께 진행되었어요. 캠페인 대상과 메시지는 아웃도어 초보자들을 타겟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저는 아웃도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광고에 모두 가슴이 뛸것이라고 느껴지네요.
요즘 다녀온 곳 - 홍콩 M+ 미술관
요새 정말 해외여행 많이들 가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 흐름에 함께해 보았는데요. 대학 친구와 함께 지난주에 홍콩에 다녀왔답니다. (지난 레터는 홍콩 호텔에서 쓰여졌다는 건 안비밀!) 많은 곳을 다니고 먹고 마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M+ 뮤지엄이었어요. M+ 뮤지엄은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말쯤에 개관을 한 현대미술관입니다. 크기가 어마어마해 걸어도 걸어도 작품들이 계속 나옵니다. 크기가 크기이다 보니 중국은 물론 일본, 한국의 유명한 작품들도 꽤 많았고요. 또 좋았던 점은 해변에 있는 미술관이라 의자가 있는 곳마다 창을 내어 시원한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갔을 때는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거의 일반 건물 5층 높이 정도의 층고가 있는 공간에서 그녀의 작품을 보니 정말 작품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져 소름이 끼쳤습니다. 최근에 홍콩에 갈 계획을 세우고 계신 분들이라면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