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시절,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셨나요? 그 때 저는 일본 스타일의 감동적인 광고를 꼭 해보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어요. 눈물을 쥐어짜는 광고 말고 생활의 생생함이 듬뿍 묻어나와 무던하게 마음을 울리는 그런 광고들이요. 특히 도쿄가스의 광고들을 보며 언젠가 꼭 이런 광고를 만들고 말리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는데요, 지금도 그런 광고는 못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도쿄가스 광고를 보면 그 시절의 야근 창문이 생각이 나요. 요즘 SNS에서 도쿄가스의 새로운 광고가 올라와서 화제였었죠? 그 광고를 보니 옛날 회사 사람을 본 것처럼 반가웠어요. 여전히 지금 사람들의 생생함을 잘도 담아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뉴스레터는 도쿄가스의 여러 광고를 둘러보는 내용으로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도쿄가스의 슬로건은 “가족을 잇는 요리 곁에” 입니다. 그래서 늘 가족과 요리가 주된 소재랍니다.
東京ガス 도쿄가스 - 母の推し活 엄마의 덕질
이 광고가 바로 SNS상의 덕후들 가슴을 울린 도쿄 가스 광고입니다. 광고의 내용은 일본의 한 중년 여성이 K팝 아이돌 덕질을 시작하며 인생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리는데요. 덕밍아웃을 잠시 하자면 저는 일에 치여 휴덕기를 가진지가 정말 오래됐는데, 이 광고를 보니 다시 덕질을 하고 싶어졌어요. 덕질의 순기능은 세상을 달라보이게 한다는 점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세상이 더 넓게 느껴지게 되죠. 광고의 마지막, 몸보신을 하기 위해 삼계탕을 먹는 디테일도 저는 참 좋았어요. (광고 내에 등장하는 아이돌은 가상이 아닌 <원어스>라는 실제 K팝 그룹이더라고요.) 저도 도쿄가스 같은 광고를 하고 싶단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 보니 정말 덕질이 세상을 구한다는 명제는 참인 것 같네요.
東京ガス 도쿄가스 - お弁当メール 도시락 메일
이건 제 최애 도쿄가스 광고입니다. 이 광고가 특히 더 좋은건 감정적인 토로나 멘트없이 오로지 도시락으로 메시지를 쌓아간다는 것인데요. 사랑의 가장 감동적인 방식은 말 없이 오랜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일인 것 같아요. 아들의 답장이 첫 도시락부터 들어있었더라면 우리는 감동했었을까요? 꾸준하고도 긴 메시지가 마침내 가 닿은 엔딩 때문에 이 광고는 유독 마음에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모델분의 덤덤한 나레이션도 너무 매력적이에요.
東京ガス 도쿄가스 - 似たもの親子 비슷한 부모와 자식
마지막은 톤이 다른 광고를 가져와봤어요. 엄마가 딸을 바라보는 시선이 딸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저희 엄마가 저에게 가장 자주하는 저주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나중에 꼭 너같은 딸 낳아라!”) 도쿄가스하면 역시 가슴 찡해지는 광고가 제일 유명하지만, 미떼가 떠오르는 유쾌한 톤의 광고도 제법 있답니다. 엄마가 아이를 그저 말썽꾸러기 취급하다가 중간에 화자가 바뀌며 관찰자-대상자가 뒤집어지는 연출이 참 따뜻해요. 엄마의 나레이션이 아니라 딸의 나레이션이 먼저였다면 이런 감동이 있었을까요?
요즘 읽는 책 - 마이클 샌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제가 이 책을 읽은 계기는 커뮤니티의 어떤 아버지의 글로부터 시작하는데요. 그 글 속의 아버지는 “나는 놀이 공원에서 줄을 새치기 할 수 있는 티켓을 아들에게 절대 사주지 않는다. 그것은 놀이공원이 자신들의 재화를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파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것은 공정에 어긋나는 일이다. 나는 내 아들이 남의 권리를 빼앗아 돈으로 사는 일을 배우도록 두고 싶지 않다.” 흥미로운 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이런 사례들을 모아두었다고 들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교환 할 수 있다고 배우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정말 모든 것을 돈으로 교환해야만 하는가를 되묻는 내용입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교환했다간 교환하는 것의 가치가 흐려질수도 있다고 작가는 지적해요. 특히 그것이 인간의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을수록, 화폐교환을 하는 일은 인간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려했어요. 책의 막바지에선 인간 삶의 모든 순간을 화폐화 하여 침투하는 광고를 비난하기도 하는데요. 마치 저를 비난 하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어요. 책을 덮으며 직업 윤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