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을 설레게 하는 칸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칸 라이온즈는 유독 더 기다려졌는데요. 바로 제가 레터를 쓰게 되었기 때문이죠. 어떤 캠페인들을 소개할까? 생각하다가 칸 그랑프리 수상작, 티타늄 수상작, 티타늄 후보작 중에 인상깊은 것 세 가지를 추려봤어요. 이 레터를 보는 모든 광고인, 광고주분들이 다음 칸의 영광을 누리길 기원합니다.
Budweiser - Bring Home The Bud
우리가 16강 진출에 기뻐할 때 버드와이저는 눈물짓고 있었어요. 무려 월드컵에 1천억원이 넘는 돈을 후원했는데 개최국 카타르가 맥주를 경기장에서 판매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거든요. 애초부터 카타르는 이슬람 국가로, 호텔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나라 전체가 주류 판매가 금지 되어 있는데요. 월드컵 후원사인 버드와이저에겐 이례적으로 경기장에서 판매를 가능하게 해주겠다고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죠. 카타르 창고에 쌓인 거대한 버드와이저 수천톤을 바라보다 버드와이저는 용기있는 결정을 합니다. 월드컵 우승국에 창고 안 버드와이저 맥주 전부를 다 주는 걸로요. 온라인은 해시태그 #BringHomeTheBud로 도배되기 시작했어요. 세계 축구팬들에게 새로운 응원 계기를 손에 쥐어준 셈이죠. 특히 SNS에서는 월드컵이 진행되면 흥분한 사람들이 각종 밈과 새로운 유행어들을 마구 만들어내잖아요. (우리나라도 있었죠? 중꺾마. 알빠임? 등) 이런 흐름에 훌륭히 브랜드가 안착한 좋은 사례같습니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든 번뜩임이 너무 멋있는 캠페인이에요. 제가 버드와이저 담당자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게 되네요.
Castle Lager - Bread of the Nation Film
여러분은 푸드 리사이클링을 아시나요? 요리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우리가 요리를 할 때 사온 재료를 100% 쓰는건 아니잖아요. 생선도 내장은 발라내고, 꼭지는 먹지 않고, 속을 전부 버리는 채소나 과일도 많죠. 한명이 먹을 요리에서도 이렇게 많은 재료가 버려지는데 음식 가공 공장에서는 얼마나 많이 버려질까요? 음식 공정 중 깨끗하지만 먹지 않는 재료들을 먹을 수 있게 재사용하는 것을 푸드 리사이클링이라고 합니다. Castle Lager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맥주 브랜드인데, 푸드 리사이클링 기술을 활용해 캠페인을 만들었어요. 남아공에는 2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겪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을 활용해 빵을 구운거죠. Castle Lager는 남아공의 국민 맥주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서 이 캠페인에도 국민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은 2025년까지 백만개의 빵을 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대요.
Mastercard - Where to Settle
우크라이나 전쟁때 에어비앤비가 난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해 화제였잖아요. 이 캠페인은 에어비엔비의 금융버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가까운 폴란드로 이주했는데요. 전쟁때문에 이주한 것이라 난민들은 어디서 살지, 어떤일을 하며 살지 당연히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있었죠. 마스터카드는 이들을 위해 Where to settle이라는 플랫폼을 내놓습니다. 그냥 플랫폼이 아니라, 자신들의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했어요. 처음에는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해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서비스만 있었는데, 곧 직업까지 함께 구할 수 있게 만들었죠.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중 79%나 되는 사람들이 직업을 찾게 되었대요. where to settle은 이제 폴란드 사람들까지 이용하는 앱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요즘 가는 카페 - 호우주의보
곧 장마가 시작이죠. 지난주 해가 쨍할때 이 카페에 다녀왔어요. 이곳은 비가 내리는 카페로 유명한데요. 건물 2층에 물을 틀어놓고 카페 안 쪽 작은 뜰에 비가 내리는 것처럼 연출해놨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저 T같죠? 이 카페는 비가 내리는 날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현상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대요. 내부에 우산도 배치해놔 비를 직접 맞아볼수도 있고, 날씨가 아주 맑은 날에는 무지개를 볼 수도 있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카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가 재밌었어요. 전체적으로 검은 색이었는데, 앉아있으니 창밖의 비를 몰입해서 더 잘 볼 수 있더라고요. 물이 흐르는 조용한 공간이라 책도 술술 잘 읽혔답니다. (사진 속 인물은 저입니다. 본 레터는 초상권 당사자와 협의 완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