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잘 지내셨나요?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광고계에도 조금씩 드리우는 것 같습니다. 예년보다 비딩 건수가 줄어든 느낌이에요. 캠페인 예산이 줄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리고요. 아직 부동산 경기는 위축되어 있지만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조금씩 둔화된다는 결정을 발표하면서 주식 시장에는 묘한 기대감이 돌고 있는데요. 이 소식이 돌고 돌아 한국 광고계에도 희소식으로 전해지길 바라면서, 이번 뉴스레터는 저번 레터와 같은 주제를 다루려고 해요. 리먼 사태 이후 경기침체를 극복한 광고인들의 크리에이티브! 이어서 더 보시겠습니다. 다음 레터는 다른 주제로 찾아뵐게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신뢰도가 산산조각이 난 미국의 금융업계. 이런 상황속에서 HSBC는 신규 계좌를 판매해야 했어요. 단순히 이율이 높은 것으로는 관심을 끌 수 없었어요. HSBC는 지금도 믿을 수 있는 은행이라고 말하는 건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신, 침체기의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했어요. 찾아보니 소비자들은 경제가 안좋은 시기를 견디기 위해 생활의 어떤 것은 빼고, 어떤 것은 추가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무슨 말이냐면요, 경기가 안좋으니 사람들이 외식 대신(-) 요리를 시작하고(+), 장을 보는 행위를 인생에서 치우고(-) 정원에서 식재료를 키우기 시작(+) 하는 것들을 발견해낸거죠. HSBC는 실제 소비자들의 여러 절약 노하우를 다양하게 인터뷰해 소재를 축적하고, 캠페인 타이틀도 Math Of Life로 명명해 로고도 플러스 마이너스 기호를 활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외식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요리법을 컨텐츠로 제공하거나 식재료로 쓸 수 있는 당근 씨앗 등을 지원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은행이 무지출 챌린지를 응원하고 장려하는 캠페인이 되려나요? 해당 캠페인은 신규 개설 목표치를 달성하고도 35% 초과 달성했어요.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는 신뢰보다 자신의 만원, 오만원을 아껴주겠다고 챙겨주는 은행이 훨씬 마음에 울림이 있는거겠죠?
Allstates - Back to basics
불황이 시작되자 미국의 소비자들은 보험을 가장 먼저 해지하기 시작했어요. Allstates올스테이츠는 정면승부를 봅니다. 심지어 해지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설립년도도 활용하죠. 올스테이츠의 설립연도는 1931년인데요, 이 시기는 바로 미국의 전설적인 대공황이 있던 시기!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1931년은 사업을 시작하기에 좋은 해는 아니었지만, 올스테이츠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12번의 불경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걸 깨달았죠. 불황기일수록 삶의 기본적인 것들이 중요하단걸요. 집에서 만든 식사,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 같은 것들요. 이것들을 보호하세요. 이들을 좋은 곳에 맡기세요” 12번의 불경기 이야기를 하면서 전문성도 느껴지죠? 동시에 감성적이기도 하고요. 보험을 해지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잖아요. 그렇다면 보험을 드는게 더 낫다는 거죠.
현대자동차 - 보증캠페인
09년 경제 위기 이후, 맥을 못추는 북미의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실적들! 이런 가운데서 고고히 판매율 14%을 증가시킨 브랜드가 있는데요. 바로 현대자동차입니다. 판매의 비밀은 바로 특별한 보증 프로그램. 현대자동차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불안정한 미래 수입때문에 자동차 구입을 망설인다는 사실을 포착합니다. 그래서 자동차 구매 후, 만약 구매자가 실직한다면 다시 자동차를 되 사주는 보상 프로그램을 실시하죠. 반응이 폭발적이자 기름값 가격 보증 프로그램까지 실시했다고 하네요. (한국에도 홍보기사가 있어요. 확인해보세요 : https://www.sedaily.com/NewsView/1HLQF6XKR1)
문득 카피라이터로서 반성을 하게 되네요. 저는 은연 중에 멋진말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이 광고를 보니 카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적 사고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또 깨닫게 되네요. 카피는 극단적으로는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단순하게 기능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읽는 책 - 트렌드 2023
광고/마케터의 새해 결심중 하나가 트렌드 2023을 빨리 정독하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 중에도 그런분이 많을 거라 예상되는데요. 제가 먼저 재빨리 읽고, 기획서와 아이디어에 참고할 만한 개념 두 가지만 뽑아서 소개해드립니다. (*오버맨 여러분은 사내에 제가 신청 해두었으니 직접 읽어보세요!)
체리슈머
단어에서 느껴지듯이 “체리피커”라는 단어를 차용해 만든 단어입니다. 체리피커 + 컨슈머의 합성어로, 경기침체 국면에서 이익을 극대화 하기위한 소비경향을 일컫는데요. 이들은 최대치의 이익을 얻기 위해 기존의 소비패턴을 창의적으로 파괴합니다. 가장 좋은 예시는 OTT 서비스를 모르는 사람들과 모여 공동 구독하는 패턴인데요. 원래는 인터넷으로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OTT 공동구매 소비가 아예 서비스로 런칭 되기도 했잖아요. 이런 흐름을 바로 이 체리슈머들이 이끌고 있는데요. 광고인으로서 반가운 포인트는 바로 여기였어요. 이들은 광고와 마케팅 의도가 있을지라도 브랜드 체험행사와 샘플에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 단순히 샘플을 얻고싶다기보다는, 이런 저렴한 체험을 통해 맘에 드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선제적 대응기술
특히 기술에 나타나는 흐름으로서, 문제가 생긴 후에 해결하는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해주는 기술들입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미리 파악하여 이런 솔루션이 가능해졌다고 하네요.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실내 온도를 조절해주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알아서 추천해주는 기술들이 여기에 속해요. 광고에서도 많이 보셨죠? 퇴근하는 길의 자동차, 아파트, 집 안의 각종 가전 기기들이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챙겨주는 모습들이요. 이런 선제적 대응기술은 서비스 영역에도 서서히 나타나는 흐름입니다. 인상 깊었던 케이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도시, 캐리의 사례에요. 이 도시에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로 홍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서, 홍수가 나기 전에 미리 홍수의 징후들을 감별할 수 있는 대비 기술을 준비해놓았다고 합니다.